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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3 [주간경향]한·미 FTA 주역들, 지금 무엇 하나?
주간경향 968호

ㆍ김현종 전 본부장, 삼성전자 퇴직…김종훈 전 본부장은 정치권으로

“(보도자료에는) 써 있지 않은 이야기인데 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세 번째 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초기에 애를 쓴 김현종 전 본부장, 중간에 모든 일을 관리하고 애를 쓴 김종훈 전 본부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 발효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다. 박 본부장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미 FTA를 시작하고 매듭지은 것은 사실 김현종 전 본부장과 김종훈 전 본부장이었다. 한·미 FTA의 주역인 이들은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김종훈(위), 김현종(아래)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전 본부장은 한국 통상정책의 뼈대를 새롭게 설계한 인물이자 한·미 FTA를 추진한 당사자다. 2010년 말에 출판된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를 보면 김현종 전 본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 나온다.

한·미 FTA 뼈대 설계하고 추진
1999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로 활동하던 김현종 전 본부장은 2003년 2월 스위스 제네바의 WTO 법률국 사무실에서 오전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발신번호가 서울로 찍힌 전화가 걸려왔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통상 브리핑을 김현종 전 본부장한테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고민 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FTA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 중심국가의 일원이 되려면 ‘개방형 통상국가’가 돼야 한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일주일 뒤 김현종 전 본부장은 통상교섭조정관 자리를 제의받고 고민 끝에 4년간의 제네바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2005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시 한·미 FTA 협상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보고를 했고,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숱한 논란 속에 김현종 전 본부장은 2007년 6월 수전 슈워브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FTA 서명식을 마쳤다.

두 달 뒤 김현종 전 본부장은 이임식에서 “아직도 우리 조직이 기존의 관행이나 전례에 얽매여 장교 역량을 가진 직원들을 졸병 수준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남아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남기고 유엔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의 공직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고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전격적으로 영입됐다. 당시 일각에선 그의 ‘삼성행’이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김현종은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 이익을 지키는 게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애플과의 특허소송 등을 총괄했던 김현종 전 본부장은 지난해 말에 삼성전자에서 퇴직했다. 삼성그룹에서 임원을 한 경우에는 통상 고문, 상담역 등을 맡아 회사와의 인연을 이어가지만 그는 이런 예우를 받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 퇴직 이후 국내의 한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자리를 맡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공개 청구소송 증인으로 채택
김현종 전 본부장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오는 3월 21일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그는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서 “전문직 비자쿼터와 관련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미측 서한이 있었다”고 언급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것을 근거로 서한을 공개하라며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다. 외교부가 서한의 존재를 부정하자 민변은 김현종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했다. 민간인 신분인 그는 아직도 통상교섭본부장 시절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김현종 전 본부장의 뒤를 이은 인물은 ‘검투사’라는 별명을 가진 김종훈 전 본부장이다. 한·미 FTA 협상 당시 한국측 수석대표였던 그는 통상교섭본부장이 된 이후 한·미 FTA 재협상을 자신의 손으로 매듭지었다. 한국의 핵심 이익으로 꼽히던 자동차 분야에서 미측에 양보를 하는 바람에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한달 뒤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주미대사, WTO 사무총장 등의 소문도 나돌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정치였다. 한·미 FTA에 찬성하다 입장을 바꾼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의 모습을 보고 “정치가 무상하다”고 했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무상한 정치’로 뛰어든 것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김종훈 전 본부장의 공천을 부정적으로 본 탓에 그는 부침을 겪었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일반적으로 정당에서 공천할 때 행정부에서 장관이나 고위직을 한 사람이 정당에 들어와서 의정하는 데 별로 효율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김종훈 전 본부장의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을에서 정동영 의원과 마주할까
하지만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을에 공천했던 이영조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면서 당초 후보로 거론됐던 김종훈 전 본부장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1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당에서 할 어떤 역할이 있다고 하면 그건 당의 결정이 우선돼야 한다. 제가 결정하고 제 생각을 앞세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 FTA의 주역인 김종훈 전 본부장과 그를 ‘이완용’에 비유한 정동영 의원이 강남을에서 재격돌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지환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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