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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읽을 거리'에 해당되는 글 62건

  1. 2013.05.21 [기고]미국산 쇠고기, ‘4대 사회악 척결’ 시험대
  2. 2013.03.11 한미 FTA는 현재 진행형
  3. 2013.02.28 [정동칼럼]외교부의 멘붕을 치유하려면
  4. 2013.01.23 중기 적합업종, FTA에 발목 잡히나
  5. 2012.11.14 한미 FTA가 수입담배 가격 강제로 낮춰…국내담배 가격 올리는 금연정책 무력화
  6. 2012.05.31 론스타, 한·미 FTA의 투자자소송으로 한국 제소할 수도
  7. 2012.04.19 관세 인하 술·주스 업체 “값 못 내린다”
  8. 2012.04.16 [사설]‘FTA 효과’ 불리하게 나오자 보고서 감춘 정부
  9. 2012.04.01 자영업자들, 삼성카드 결제 거부 무기한 연기
  10. 2012.03.28 [충남대] 학생들 "FTA 배운다"
  11. 2012.03.26 [경향시평]재벌 품에 안긴 FTA 관료
  12. 2012.03.25 전통시장 가서 “대형마트 차단”… 한·미 FTA 옹호, 박근혜의 모순
  13. 2012.03.23 [주간경향]‘편지’의 개념이 바뀐다 (1)
  14. 2012.03.20 [김철웅 칼럼]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는 전 정권 작품?
  15. 2012.03.16 [경제와 세상]FTA 폐기는 무책임, 운영해 보고 결정하자
  16. 2012.03.14 [한·미 FTA 발효]40대 직장인의 ‘한·미 FTA’
  17. 2012.03.14 [사설]기대보다 우려 앞서는 한·미 FTA 발효
  18. 2012.03.12 [기고]농산물 시장 개방, 피해자는 농민뿐일까
  19. 2012.03.12 미국, 한국인에 대한 L비자 유효기간 5년으로 연장
  20. 2012.03.08 [정동칼럼]좋은 FTA, 나쁜 FTA
  21. 2012.03.06 ‘나꼽살’ 우석훈 삭발, 김미화 눈물…이유는?
  22. 2012.03.04 “투자자소송, 노동권과 인권 위험에 빠뜨려”
  23. 2012.02.28 농업용 화물차, 굴삭기, 사료배합기 면세유 받는다
  24. 2012.02.23 한명숙, 참여정부 때 한·미 FTA 추진 ‘사과’ 안 해
  25. 2012.02.22 강우일 주교 “의원들, 한·미 FTA 협정 이해한 뒤 찬성표 던졌나”
  26. 2012.02.22 [사설]한·미 FTA, 되돌릴 수 없는 협정 아니다
  27. 2012.02.22 [주간경향]박근혜의 한·미FTA ‘역공’
  28. 2012.02.22 [주간경향]빵집과 종편, 그리고 한·미 FTA
  29. 2012.02.17 [시론]한·미 FTA와 ‘폐기 프로세스’ (1)
  30. 2011.12.14 [전문] 김하늘 판사 “한·미FTA TFT 구성” 촉구

광우병 쇠고기 검역기준을 둘러싸고 박근혜 정부의 4대 사회악 척결과 미국의 국제기준이 정면으로 충돌할 위기에 봉착했다. 박 대통령은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라는 4대 사회악 척결을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량식품 척결 의지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주한 미 대사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면담을 기록한 위키리크스 폭로 비밀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그의 쇠고기 재협상 발언에 실망했다고 하자, 그는 “국민 건강과 안전이 정부의 최고 우선과제”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은 2011년에 발표한 ‘한·미 쇠고기 분쟁’ 보고서에서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광우병 위험 무시국’ 등급을 받을 경우”를 쇠고기 전면개방 조건의 하나로 제시했다. 올 2월20일엔 톰 빌색 농무부 장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지위 평가를 상향하기로 했다”면서 마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완전히 인정받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 그러나 OIE가 최근 공개한 과학위원회 보고서 내용엔 숨겨진 진실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특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은 광우병 원인체가 미국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광우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캐나다로부터 살아있는 소와 쇠고기 제품을 수입해왔다. 그러므로 광우병 원인체가 미국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2012년 미국 내 토착 소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한 것은 미국의 사료규제 조치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미국 내 광우병 원인체의 재순환과 증폭 위험에 대한 평가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에서 폐사한 소 100마리 중 23마리가 여전히 렌더링 공장에서 사료 원료 및 상품으로 가공되고 있으며, 2009년 10월까지 특정위험물질(SRM)과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부위를 렌더링해 비반추동물의 사료 원료로 사용했음을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SRM 범위를 더욱 완화시킨 수정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척주, 편도, 회장과 같은 부위가 사료 체계 속에서 순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렌더링 공장에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고, 소의 정확한 나이를 판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SRM의 제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육골분 사료의 30%는 반추동물과 비반추동물의 육골분을 섞어서 제조되었음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농장 5곳 가운데 1곳은 반추동물인 소와 비반추동물인 돼지나 닭을 혼합해서 사육하고 있는데도 광우병 교차오염에 관한 예방적 조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특별위원회 전문가들은 미국의 광우병 위험이 무시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미국의 광우병 등급 상향에 대한 합의에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OIE 과학위원회는 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내용에 대한 과학적 해명도 없이 미국 내 광우병 유입 위험성이 무시할 수준이며, 광우병 관련 방역조치도 적절하므로 ‘위험무시국’ 지위를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OIE 특별위원회가 지적한 내용들은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도 국내외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미국의 렌더링 업계조차도 미국 소는 연령 구분이 곤란하므로 광우병 위험물질 중에서 30개월 이상 뇌와 척수 2가지만 규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실토했다. 오는 31일 OIE 총회가 끝나면 미국 정부는 국제기준을 빌미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OIE 기준은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윤창중 성추행 파문 처리와 더불어 4대 사회악 척결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경향DB)




박상표 | 건강과대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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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이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1주년을 맞는다. 2006년 2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 엄청난 ‘결단’을 내렸던 노무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미 ‘선물’로 더 많은 쇠고기 수입을 약속했다가 거대한 촛불의 파도를 맞았다.

 

아직 정부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선지, 아니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는 별다른 행사나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2007년 정부가 한 EU FTA까지 추진하면서 미국과 EU와 동시에 발효되는 경우 생산성 증가까지 고려하면 실질 GDP가 무려 7.61%나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물론 관세청은 지난 1월, “한미 FTA 효과 등으로...(대미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전년 대비 4.1% 증가한 585억불 기록”이라는 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았던 2011년 수출증가율 12.8%에서 3분의 1 토막이 났는데도 이런 문구를 뽑는 뇌구조는 어떻게 생긴 걸까.

 

또 관세청은 2012년 한국이 FTA를 맺은 나라들의 평균 수출 증가율이 2.1%라고 자랑했는데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전체 수출증가율은 3.8%였다. 한편 한EU FTA는 발효된 지 1년 6개월이 되었는데 작년의 EU 수출은 -11.4%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지금 한미 FTA나 한EU FTA가 우리나라의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매년 10%에서 20%에 이르던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이렇게 낮아진 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연이어 유럽 재정위기를 맞은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역사의 해석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작년의 한심한 기록도 양대 FTA 때문에 그나마 선전한 결과라고 강변해도, 그 반대라고 증명할 길 또한 신통치 않다.

 



한미 FTA 발효 1주년 평가토론회 (경향신문DB)


문제는 한미 FTA가 이미 파산이 증명된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FTA 전략은 ‘경쟁적 자유화’였고 그것은 미국과 FTA를 맺는 국가에서 미국의 시장을 여는 대신,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분야에서 상대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여 한미 FTA 협상 이래 우리의 관련법은 63개나 바뀌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관심은 수출입이 아니라 이런 법과 제도의 변화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미국화’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이고 그 결과는 점점 더 증폭되어 나타날 것이다.

 

2007년부터 필자는 한미 FTA와 자발적 민영화가 결합될 경우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던 인천공항 민영화, KTX 일부 구간 민영화, 그리고 가스공사 민영화를 새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여기에 미국자본이 참여할 경우(틀림없이 이들 공기업을 인수할 대기업은 미국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 때부터 저 악명 높은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금 진행 중인 론스타 소송은 우리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가 아니라서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근거를 두었지만 한 나라의 정책이 3명의 민간 통상전문가의 손에 좌자우지된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한미 FTA에 근거한다면 보복관세도 물릴 수 있게 된다). 즉 일단 규제가 완화되고 민영화되면 아무리 부작용이 심해도 다시 되돌아갈 길이 막혀 버리는 것이다.

 

제 아무리 많은 FTA가 발효된다 해도 수출은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분배율과 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도 2% 안팎을 오갈 것이다. 대선 기간에 약속한 ‘맞춤형 복지’만으로도 재정은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40조에서 50조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에 눈을 돌릴지도 모른다.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그 돈으로 복지를 늘릴 수 있다는 데 어찌 솔깃하지 않겠는가. 2007년 대선 때 그의 공약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였다는 사실이 못내 불길하다. 7년이 지났어도 한미 FTA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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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 |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며칠 전 외교 일선에서 잠시 쉬고 있는 한 외교관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한다는 인수위의 결정에 반대하고 대외교섭권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당시 당선인의 반박 한 방에 날아가버린 외교부의 현실이 메뉴였다. 통상교섭의 전문성 차원에서 통상기능을 경제부처로 이관한다면, 과연 외교부가 갖는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설령 검찰이 부패하고 군이 무능해도 그 기능을 떼내어 다른 조직에 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외교부만이 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기능은 있는가.



세계화는 외교부에 축복인 동시에 시련이다. 국민들이 바깥세계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더 큰 영향을 받게 되면서 정부의 대외업무는 급속도로 팽창해왔다. 따라서 대외업무 주무부서인 외교부의 역할도 증대됐다. 반면,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전권을 가지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주요 국제문제의 정책수립, 협상, 실행을 담당하던 전통적 외교 시대는 지나갔다. 외교는 국가이익 추구에 기초를 두고 있어서 일반인의 경험과 판단 영역을 넘는 전문적 영역이란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세계화의 파고를 타고 넘는 모든 이들은 국가의 매개 없이도 직접 해외의 상대방과 접촉하고 교류하게 됐다. 외교의 대상이 상대국 외교관을 넘어서 그 국가의 국민은 물론 지구적 시민사회와 국제기구, 다국적기업 등으로 확장되어 외교활동의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외교관의 특권적 지위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외교부 직원들이 서울 세종로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외교업무 역시 안보와 통상 등 전통적 이슈영역으로부터 환경, 문화, 인권, 기술, 금융 등이 중요한 영역으로 부각함에 따라 정부 내 다양한 부처들이 국제업무에 나서게 되는 추세이다. 외교부 이외 정부부처와 민간이 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외교부의 멘붕은 정부 내에서 힘이 없어서라든지 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세상의 변화로부터 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교부가 회생하려면 21세기 새로운 외교환경에 걸맞은 역할을 정의하고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외교부는 타 부처가 넘볼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다. 바로 재외공관이고 거기서 나오는 지식네트워크이다. 어떤 영역이든 상대국에 대한 정보수집과 이슈식별, 해석능력은 독보적이다. 외교부 회생의 출발점은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고유의 능력을 새롭게 활용하는 데 있다.



논란이 된 통상정책도 외교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FTA를 둘러싼 국제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미·일동맹의 강화를 위해 미국이 끈질기게 요청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 참가를 선언했다. 그동안 미국은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기조로 하는 21세기형 고품질 FTA로 TPP를 규정하면서 일본의 참가를 종용해 왔고, 일본은 높은 수준의 자유화에 대한 국내 반대 때문에 참가를 주저해왔다. 예상과 달리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관세철폐에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양보했고 일본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왜 이런 합의를 보았으며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 주변국의 의도와 전략을 정확히 읽어내지 않으면 경제부흥은 어렵다. 외교부는 여타 경제부처가 대체할 수 없는 이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외교는 경제부처, 공공외교는 문화부, 안보외교는 국방부 등과 공유하게 돼있다. 외교부가 혼자 노를 저어가려 하면 배는 움직이지 않는다. 타 부처와 민간 이해당사자들이 외교의 바다에서 함께 노를 저을 수 있도록 외교부는 개방과 공유의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정세에 관해 축적된 지식과 재외공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익을 대변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지식의 중개자,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협상의 방향타를 쥐는 대외교섭의 컨트롤타워가 그것이다. 외교부 멘붕의 치유는 시대에 맞는 외교개념을 정립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신정부 외교 수장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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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ㆍ외국기업에 적용 땐 협정 위반… 국내기업만 규제 땐 역차별



외식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싸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식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피자헛 등 외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외국 기업도 규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위배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23일 동반위와 외식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동반위는 한국외식업중앙회, 외식업 진출 대기업 관계자 등과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외식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외식업중앙회가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로 중소·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크다”며 외식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을 지난해 동반위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될 대기업은 CJ푸드빌, 아워홈, 이랜드, 신세계푸드 등 30여곳으로 알려졌다. 중소·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크지 않은 햄버거를 제외하고 이들 대기업이 진출한 대부분의 외식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경향신문DB)


문제는 외식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국내 대기업이 빠져나간 공백을 외국 대기업이 차지하게 돼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만 규제를 받으면 외국 대기업이 그 틈새를 노리게 되니까 외국 기업도 다 같이 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인 협의를 기초로 한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협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동반위는 외국 기업도 규제하는 권고를 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한·미 FTA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외국 기업과의 협의에 따라 권고가 내려졌다 해도 논의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 등이 있었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외교통상부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미 FTA와 상충될 소지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는 명시적인 법령 이외의 관행 등에도 적용되며,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이 채택·유지하는 조치에도 적용된다. 민간기구인 동반위의 결정도 한·미 FTA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국제협정 위반 문제를 피하려고 하니 어려운 점이 있다.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해 외국 대기업도 한국의 중기 적합업종 규제에 포함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더 큰 것을 요구할 수 있어 골치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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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한미FTA로 인해 수입담배 가격은 강제로 낮아지기 때문에 국내담배의 가격을 올리는 ‘금연정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법 전문인 송기호 변호사는 14일 ‘다국적 담배산업과 자유무역 그리고 전세계 민중의 건강’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한미FTA에 따르면 40%의 한국의 담배 관세율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0%가 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DB)


현재 40%에 이르는 수입담배의 관세를 철폐할 경우 수입담배의 가격은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정부에서는 담배가격을 올려 금연을 촉진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검토중인 데다가 2005년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역시 ‘가격조치’를 담배 소비를 줄이는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 제5차 총회를 개최하면서 ‘금연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송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상태 하에서는 ‘담뱃세’를 올려 국내담배 가격을 인상해도 소비자들이 국내담배 대신 수입담배를 선택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또 담배 포장·라벨 등에 담배의 실상을 알리는 조치를 해야하고,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담배규제기본협약 내용이 한미FTA와 충돌한다고 밝혔다. “(한미FTA에 따르면) 일련의 정부조치로 인해 투자자(담배기업)가 손해가 있을 경우 이를 배상하도록 하는데, 공중보건 정책에 대해서도 목적이나 효과에 비해 매우 엄격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해야한다”(송 변호사)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에서 관세철폐가 담배에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하고, 담배에 대한 일반적 예외조항을 규정해야한다”면서 “그것이 담배협약의 서문대로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권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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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ㆍ송기호 변호사 “경정청구 거부처분은 발효 이후”

ㆍ한편선 “과세처분은 한·미 FTA와 무관” 분석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이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이용해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31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한국 정부가 3915억원을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원천징수한 것은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의한 것으로서 명확한 법적 근거에 따른 확정적 과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론스타의 경정청구를 기각하는 과세처분은 한·미 FTA 발효(3월15일) 이후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의 설명은 국세청이 론스타의 경정청구에 거부 처분을 내리는 시기가 한·미 FTA 발효 이후이기 때문에 론스타가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정청구란 납세 의무자가 과다 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다. 





론스타는 지난달 9일 자회사인 벨기에의 LSF-KEB 홀딩스 명의로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징수가 부당하니 하나금융이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서울 남대문세무서에 냈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9일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원천징수 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는 대금지급일이고 원천징수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는 대금지급일이 속한 달의 다음달 10일까지다. 하나금융은 3월5일 국세청에 원천징수된 금액을 납부했다.


국세청은 현재 하나금융의 원천징수가 정당하다고 보고 있고 론스타의 경정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예정이다. 국세청이 60일 안에 원천징수가 정당하다는 결과를 통보하면 확정적인 과세 처분이 발생하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가 한·미 FTA라는 한국 정부의 약한 고리를 노리고 들어올 수 있다”며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해 3915억원을 돌려받으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벨기에는 ‘원천징수특례의 적용지역’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론스타에 대한 원천징수는 벨기에 국적 법인에 대한 다른 원천징수 사례가 없는 한 차별적이고 자의적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원천징수특례 적용지역으로 지정되면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세금도 우선 징수한 뒤에 적정성을 판단하고 나서 환급해주게 된다.


송 변호사는 “같은 사안이라도 투자자-국가소송제의 근거가 되는 협정이나 청구 주체가 다를 경우 제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투자자들은 정부, 기업 직원, 은퇴자 연금 등 수천개이며 의학연구, 고등교육, 기타 자선활동을 후원하는 기금도 포함돼 있다. 이들 투자자 가운데 미국계 자본이 있는 만큼 한·미 FTA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에 대한 과세 처분은 한·미 FTA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론스타의 경정청구는 과세에 대한 불복 절차라고 봐야 하고 확정적인 과세는 원천징수 당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 처분이 한·미 FTA 발효 전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론스타가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 “론스타는 2월 초에 하나금융으로부터 대금을 모두 받고 한국을 떠났고 투자가 철회됐다. 한·미 FTA가 보호하는 투자자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제 제소 자격이 있다고 가정해도 ‘과세조치의 기피 또는 회피를 막기 위한 과세 조치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한·미 FTA 부속서 11-바)는 내용 등이 있어 한국 정부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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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슬 기자 amorfati@kyunghyang.com

 

ㆍ공정위 “불공정거래 조사”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내렸지만 주류·음료 등을 수입하는 일부 업체들은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주 가격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정위는 19일 ‘한·미, 한·EU FTA 관세 철폐 품목의 12일 기준 소비자 판매가격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 5일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가격시찰을 나선 이후 일주일 간격으로 가격 추이를 점검하고 있다.

 

점검 대상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1차 연도 관세인하율이 높은 품목들 중 서민생활과 밀접한 17개 품목(미국산 11개, 유럽산 6개)으로 3월15일을 기준 가격으로 비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 함께 직접 유통업체, 수입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은 매우 완강하게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수입맥주의 경우 미·유럽산 모두 해당 수입업체에서 당분간 출고가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산 맥주는 1년차에 관세가 4.3%포인트 인하됐으며, 유럽산은 3.7%포인트 인하됐다. 유럽산 위스키도 관세가 3.4~5%포인트 내렸다.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제품 관세율 변화 I 출처:경향DB

 

미국산 주스원액을 사용하는 코카콜라와 서울우유 역시 ‘미닛메이드’ ‘아침에주스’ 등의 재고부담으로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농심은 웰치스 출고가를 지난 10일 8% 인하했다.

 

가격을 인하한 테팔 다리미, 오랄비 전동칫솔 등도 FTA와 무관한 이유로 내렸거나, 유통업체의 한시적 할인행사 때문이었다. 테팔 프라이팬은 FTA 발효 이전에 출시되던 모델이 대부분이어서 관세인하 혜택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250g 한 통에 2만8000원하는 미국산 아베다 샴푸는 관세가 2.7%포인트 인하됐지만 가격은 그대로였다. 캘리포니아산 호두는 관세가 5%포인트 내렸지만 수입가격 자체가 올라 한 달 전보다 가격이 오히려 13.2% 인상됐다.

 

공정위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인하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를 통해 수입가격, 유통마진 등 관련 정보제공을 추진하고 필요 시 불공정거래 여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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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의 물가하락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가격변동을 조사했던 정부가 기대와 달리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결과가 나오자 보고서를 ‘비공개’로 돌렸던 사실이 드러났다. 정책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시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런 태도는 단순한 ‘양심불량’ 차원을 넘어 정책 불신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이후의 소비자가격 동향을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유럽산 삼겹살과 와인 값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고, 두 달쯤 지나면 국산 삼겹살·유제품·화장품·주방용품 등의 값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자 재정부는 한국소비자원에 FTA의 물가하락 효과를 본격 조사하도록 1000만원짜리 용역을 줬다. ‘FTA 맺으면 물가가 크게 떨어져 소비자 후생이 증진된다’며 FTA 찬성 여론몰이에 열중하던 정부가 FTA 효과를 홍보할 호재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가득 쌓여 있다. l 출처:경향DB

 

하지만 두 달 뒤 나온 조사 결과는 재정부의 기대와 달랐다. 삼겹살 등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유럽연합 FTA 발효 전후 4개월간의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가격인하 효과가 크지도 않았고, 일부 품목은 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FTA 영향보다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칫국부터 마셨다가 낭패를 본 재정부는 ‘공개’ 대상으로 했던 용역 보고서를 ‘비공개’로 돌려놓고 있다가 최근 정보공개가 청구되면서 자료를 내놓았다.

 

정책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큰 경우 정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료를 제시해 국민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민주적 정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옹호 논리만 폄으로써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 FTA다. FTA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결과를 제시해 국민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일방적인 홍보에만 열을 올려 불신을 자초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FTA 체결에 따른 국토·해양정책 방향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미 한·미, 한·유럽연합 FTA 체결에 앞서 충분히 검토됐어야 할 사안이다. FTA 체결 전에는 정책주권 훼손 가능성에 대해 ‘아무 문제 없다’며 찬성 홍보에만 열중하다 협정이 발효되자 뒤늦게 ‘행정환경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대비책을 세운다는 것이다. 양심불량에다 일의 선후도 모르는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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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자영업자 모임인 유권자시민행동이 1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삼성카드 결제 거부운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30일 유권자시민행동과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1일 밝혔다.


양측의 합의안을 보면 삼성카드는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상호 협의해 제휴카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카드는 중소가맹점에 세무상담, 법률서비스, 보험서비스 등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가맹점 간 차별금지 조항의 법 정신을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와 유권자시민행동은 가맹점 수수료의 조기 인하 시기를 여전법이 발효되는 12월보다 1개월 이상 앞당기는 것이 어렵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공청회 개최, 카드사의 시스템 개발 등으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유권자시민행동 성명서에 대한 여신금융협회와 삼성카드의 입장. (경향신문DB)



삼성카드가 미국계 유통 대기업인 코스트코에 적용하는 낮은 수수료율(0.7%)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경우 코스트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분쟁을 제기할 것이라며 ‘거짓 문서’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자영업자들에게 사과했다.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대표는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와 계약한 기간 동안에는 수수료율을 낮출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며 “대신 앞으로 법 정신에 입각해 수수료율을 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삼성카드는 앞으로 코스트코와 같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정신을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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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호/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충남대 경상대학 무역학과(책임교수 : 윤기관)가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과 ‘2012년 대학 FTA 강좌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 국내대책본부는 지난 3월 2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FTA 관련 강좌를 개설한 27개 대학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 FTA 강좌 활성화를 위한 '대학 FTA 강좌 지원대학-정부간 업무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협약으로 FTA 관련 인력양성대학은 최대 2,00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대책본부는 국내 대학 내 무역학과나 국제통상학과 등이 FTA정규강좌를 개설해 기업의 FTA활용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이들이 졸업 후 기업현장에서 FTA관련 분야에서 전문실무지식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대 무역학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학기에는 무역학과 전공과목으로 <자유무역협정론>과목을 설강하여 최근 FTA시대에 기업에서 피할 수 없는 업무로 등장한 원산지관리에 관한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커리큘럼을 운영 중에 있다.


2학기에는 FTA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충남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과목, 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번 강좌의 책임교수인 윤기관 교수는 현재 발효 중인 8개 FTA(47개국)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실습하기 위하여 지난 3월 21일로 수교 22주년을 맞이하는 몽골과 FTA협상에 대비한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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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ingan1113@hanmail.net

2012년 3월15일 마침내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벌기업들은 환영하고 농축산으로 먹고사는 이들은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얼마 전 개운치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미 FTA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통상관료들이 줄줄이 공직을 버리고 곧바로 삼성행을 택했다는 소식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한·중 FTA의 의의와 진행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 출처:경향DB

그 중 한 명은 한·미 FTA를 추진한 장본인으로 유엔대사를 거쳐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 명은 한·미 FTA 협상 당시 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았으며 2009년부터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통상현안을 담당했던 김원경 전 경제참사관이다. 그는 올 2월 사직하고 3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런 행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따갑다. 물론 삼성은 ‘세계 통상중심 국가’를 표방한 이명박 정권의 원대한 포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통상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며 한·미 FTA 실무자들을 잇달아 기용한 구실을 애써 둘러대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행보가 그저 볼썽사나울 뿐이다. 한·미 FTA의 필요성을 애써 강조하며 이를 성사시킨 핵심관료들이 과업을 달성하자마자 재벌기업으로 직행한다면 그들이 내세웠던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미 FTA는 체결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를 보고 그들의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협상행위가 결국 재벌기업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기 힘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을 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정부(주무 핵심관료)가 겉으로 내세운 명분을 국민들로 하여금 곧이곧대로 믿게 하고 싶었다면 의심받을 짓은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한다. 자고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 했다. 의심받을 짓은 애초부터 하지도 말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만일 이런 가르침에 삼성과 해당 관료들이 귀를 조금이라도 기울였다면 해당 관료들의 삼성 영입은 자제했어야 옳다. 아무리 끌어오고, 또 가고 싶었어도 말이다.

하기는 상대를 봐가며 바랄 것을 바라야 하는 법. 국가의 법도 하찮게 여기며 그 법 위에 군림하는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이는 삼성이 그깟 국민들의 시선쯤이야 신경 쓸 리 있겠는가? 그것을 바라는 국민이 바보다. 또한 명석한 두뇌로 개인의 영달만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게다.

하지만 고시에 붙어 국민의 혈세로 미국 연수를 가서 공부해 변호사 자격증까지 땄다면 적어도 그만큼은 국가에 값을 치러 보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자신이 후안무치가 되어 이를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법률을 만들어 강제해야 함이 마땅하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백주 대낮에 국가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던 관료가 공직을 떠나 하루아침에 관련 사기업으로 직행하는 일들이 벌어진단 말인가?

사기업체 임원이 정부의 고위관료로 가고 다시 사기업체 임원으로 돌고 도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 이제는 쇠락에 접어든 미국에서나 벌어지는 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들의 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일들이 결정되었다는 게 참으로 서글프다. 그런데 이보다 더 서글픈 것은 한·미 FTA 문제가 이제 야권의 총선 10대 정책에서도 슬그머니 빠진 한물간 사안으로 잊혀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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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60)의 4·11 총선 지원은 주로 ‘재래시장’에서 시작된다. 박 위원장은 재래시장에서 일단 먹기부터 한다. 상인들이 주는 족발도 먹고 순대도 먹고 떡볶이도 먹는다. 야당을 공격할 때는 매서운 눈빛이 됐다가 이내 인자한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운집한 인파에 ‘손 흔들기’ 퍼레이드로 마무리를 한다.


25일 박 위원장이 찾은 울산 태화시장. 박 위원장은 시장에서 마 1만원어치와 어묵 2만원어치를 샀다. 박 위원장은 시장 상인들이 맛보라며 건네는 음식은 마다하지 않는다. 22일 경기 산본시장에서 한 상인이 썰어준 족발을 “국민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면서 집어 먹었다. 찹쌀 도넛을 먹고 동태전을 먹고 핫바도 먹었다. 한번은 시장에서 산 순대를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내내 들고 다니기도 했다.


 





23일 대구 지역 후보들과의 오찬 에서 박 위원장은 “시장을 가다가 시장 아주머니들이 떡을 주면 그 떡을 받아 먹고, 잔칫집을 지나면 뭘 주고 그걸 먹고…”라면서 시장에서 해야 할 ‘선거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19일 인천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선거 지원에 나선 박 위원장은 이날 울산까지 5일간 일정 가운데 하루 평균 2.5번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22일 경기 수원에서는 하루에 4곳 재래시장을 돌았다. 당 관계자는 “재래시장이 민심의 바로미터이고 또 박 위원장이 다녀가면 효과가 높아서 시장 일정을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지방 재래시장에서 박 위원장의 인기는 대단했다. 23일 대구 구미중앙시장에서는 박 위원장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통로가 모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변에선 “박근혜”를 외치며 “우리가 대통령으로 만들어 드리겠다”는 환호가 나왔다. 박 위원장이 “우리 후보가 잘해낼 것”이라고 직접 이름을 거명하기 전에는 해당 지역구 후보 이름을 듣기 어려웠다. 박 위원장의 인기에 기댄 선거운동인 셈이었다. 다만 수도권의 재래시장에서는 지방과는 달리 박 위원장의 등장에도 멀리서 쳐다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박 위원장도 재래시장 방문을 즐겼다. 그는 시장에 들어서면 손을 흔들면서 몰려든 인파에 화답한다. 박 위원장은 22일 대구에서 “눈은 악수하는 동안 마주하도록 하고 급하더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라”고 후보들에게 강조했다. 최근 박 위원장은 “잠도 안 자고서라도 다니겠다”며 분초 단위의 일정을 짜라고 당 관계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초반인 현재까지 박 위원장은 정치 신인들의 지역구를 주로 찾았다. 인지도가 낮은 당 후보를 띄워주자는 의도로 읽힌다. 29일부터 전국 유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국에서 서로 먼저 와달라고 난리인데 여론조사 초경합 지역, 경합 우세지역, 경합 열세 지역 순으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지방 행선지는 2월24일 부산 동래구와 경북 김천이었다. 이어 부산 사상(3월13일), 경남 진주·창원·진해(20일), 대구와 경북 칠곡·구미(23일), 울산(25일)까지 영남 지역 순방에 주기적인 방점이 찍힌다. 수도권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방문을 합치더라도 10차례의 지방 방문 중 5차례가 영남이었다. 


현장에서 말하는 박 위원장의 메시지는 모순된 측면이 보인다. 재래시장에서 박 위원장은 주로 ‘대형마트로부터 시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최근 제출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중소도시 진출을 5년간 막은 유통산업발전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외국계 기업이 국내 중소도시에 기업형 슈퍼마켓을 설립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그의 메시지가 한·미 FTA와 충돌하는 것이다. 또 ‘경제민주화’를 담은 새로운 정강·정책을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후보들에게 외우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경제민주화를 실행할 인사는 공천자 가운데 없다는 것도 박 위원장이 떠안은 딜레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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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968호

 
우정(郵政)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우편에 관한 행정’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다. 우편이란 우편물을 국내나 전 세계에 보내는 일을 말한다. 우편물에 대해서는 우편으로 전달되는 서신이나 물품이라는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면이 있다.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를 일일이 법으로 정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15일부터 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편물의 개념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에서 개정된 우편법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편법은 우편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도록 하고, 특히 서신(書信)은 우체국만이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서신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우편법상 우편물이란 통상우편물과 소포우편물을 말한다. 통상우편물에는 서신 등 의사전달물, 통화(송금고지서 포함), 소형포장우편물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신독점권의 대상인 서신이다. 새 우편법 시행으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이 서신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집배원 발대식. 한·미 FTA와 새 우편법 시행으로 우편 환경이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용어 자체가 바뀌었다. 예전 우편법에서는 서신이 아니라 신서(信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사전적으로는 둘 다 편지를 뜻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신서에 대한 옛 우편법 규정은 ‘의사전달을 위하여 문자·기호·부호 또는 그림 등으로 표시한 문서 또는 전단’이었다. 새 우편법에서는 ‘의사전달을 위하여 특정인이나 특정 주소로 송부하는 것으로서 문자·기호·부호 또는 그림 등으로 표시한 유형의 문서 또는 전단’으로 그 범위를 좀 더 구체화했을 뿐더러 일부를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우편법 제1조의 2)

우편법 시행령에 따로 규정한 서신 제외 대상은 8가지다. 신문, 잡지, 서적, 상품안내서, 송장(送狀), 국제서류, 사내 수발 서류, 신용카드 등은 서신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법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서적의 경우 표지를 제외하고 48쪽 이상인 책자 형태로 인쇄·제본되었을 것, 발행인·출판사나 인쇄소의 명칭 중 어느 하나가 표시되어 발행되었을 것, 쪽수가 표시되어 발행되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상품안내서는 상품의 가격·기능·특성 등을 문자·사진·그림으로 인쇄한 16쪽 이상(표지 포함)인 책자 형태여야 한다. 사내 수발 서류는 국내에서 회사(공공기관 포함)의 본점과 지점 간 또는 지점 상호 간에 수발하는 우편물로서 발송 후 12시간 이내에 배달이 요구되는 상업용 서류여야 서신에서 제외될 수 있다. 참고로 예전 우편법에서 신서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그 대신 송장이나 사내 수발 서류, 일부 국제서류 등을 신서송달의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새 우편법의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서신독점권의 범위를 완화한 것이다. 서신 가운데 중량이 350g을 넘거나 요금이 기본통상우편요금(현재 270원)의 10배를 넘는 것은 신고 절차를 거쳐 민간에서도 배달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새 우편법 발효에 맞춰 서신송달업 신고제도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우본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신송달업 신고제도는 사업자 관리를 통해 우편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서신송달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가 독점하던 서신송달 시장을 민간에 개방함에 따라 국민은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신송달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는 사업계획서가 첨부된 신고서를 관할 지방우정청에 제출하면 된다. 다만 신고 없이 서신송달을 한 경우에는 최고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새 우편법 시행으로 그동안 서신독점권을 침해할 소지를 안고 있던 많은 민간 운송서비스의 합법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는 우편사업의 국가 독점 영역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우정의 권익이 축소되는 만큼 국민 편익이 확대되기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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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바 2012.04.02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 민영화에 우려를 표하는 마당에 경향에서 어떻게 이런 우호적인 글을 쓸 수 있죠?
    우편 민영화로 직원들과 국민이 어떤 피해를 볼지 예상이 안되시나 보죠?
    편집국에선 이런 글 전혀 안 읽고 출판하십니까? 잡지 구독했더니 열받게 하시네요.

김철웅 논설실장

엊그제 제주도 서귀포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는 구럼비 해안 너럭바위에 대한 발파작업이 재개됐다. 인근 화약 보관창고 앞에선 평화활동가들이 화약 운반을 막으려다 1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발파작업의 전격 재개로 해군기지 사업은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제주일보는 보도했다. 속도전이란 말은 이 정권에서 진부한 일상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겠다며 밤낮없이 속도전을 벌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 이어 제주 해군기지도 속도전이다.

이 정권은 이 2개 속도전을 노무현 정권 책임론과 연결짓고 있다. 전 정권에서 시작한 일이란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두 국가적 아젠다에 민주통합당이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바꾸기라고 공격하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익과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자신들이 앞장서서 추진한 것을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이런 일에 여당 때와 야당 때 입장이 다르다면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 아니라고도 했다. 한 입 가지고 두 말 말라는 것인데, 명분 싸움에서 야당이 당해내기 어려운 논리인 듯하다.

야당이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 채운 단추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이다. 미국과의 FTA는 자유무역에 대한 노무현식 미망의 소산이었다. 그것은 진보세력들이 노 대통령을 ‘변절자’로 낙인찍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한·미 FTA를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진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정체로 간주했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FTA 발효시점 발표 I 출처:경향DB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서도 “평화의 땅에도 비무장은 없다”며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것도 미국,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종합적·균형적 판단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잘라 말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는 노 정권의 판단착오였다. 현재의 민주통합당은 이것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옳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이 공식적 사과 절차가 생략된 것이 두고두고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 내에는 정동영·천정배 의원처럼 한·미 FTA에 대해 국민에게 분명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으나 당 차원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권의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졌다는 등 부분적 진실만을 되뇌니 논리가 꼬인다.

이 약점을 틀어쥔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일관성 문제를 갖고 계속 노래를 불러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책임있는 집권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전 정권이 시작했다는 사실 하나가 곧 속도전 강행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민주당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문제와 한·미 FTA 및 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한다는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즉 두 사안의 본질적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 도리어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민주당이 벌인 일을 새누리당이 완수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ABR(Anything But Roh)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을 기억한다. 풀이하자면 ‘노무현이 하던 것만 빼곤 뭐든지’라는 뜻이다. 미국 부시 정권이 들어선 뒤 전임 클린턴 대통령과 차별되는 정책을 ‘ABC’, 즉 ‘클린턴이 하던 것만 빼곤 뭐든지(Anything But Clinton)’라고 했던 걸 빗대 누군가 만든 말이다. 이 원칙은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 철저히 적용됐다. 부시가 클린턴의 유화적인 대북정책들을 찢어버렸듯 이명박 정권도 전 정권의 통일, 외교, 교육, 경제 등 거의 모든 정책들을 흔들어버렸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정권 아니던가. 그런 정권이 ABR에 선택적 예외를 두는 것은 ‘당리당략’ 아닌가.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선택, 결정, 정책이라도 지고지선, 만고불변의 것은 없다. 지켜온 이념을 바꾸는 것은 변절이라고 하지만 과거의 정치적 선택을 바꾸는 것 자체를 변절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흔히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하는데, 이 말엔 정치적 행위가 상황 변화에 조응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정치·정치인이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건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게 철칙은 아니다. 정치인도 약속과 말을 바꿀 수 있다.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을 때나 판단착오가 있었음이 밝혀졌을 때는 정책 방향도 수정하고 법도 개정할 수 있다. 이 대통령도 말을 수없이 바꿨다.

상황 변화에 따라 시각과 정견을 수정하는 것은 변절이 아니라 용기다. 처음 잘못 판단한 게 칭찬할 일은 못될지언정 미국이 원하니, 또는 전 정권이 했으니 끝까지 가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백배 낫다. 정치·이념적으로 그런 독선을 일컬어 수구 꼴통짓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이 ‘노무현의 등에 업혀’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관철하려는 모습은 자신이 “뼛속까지” 친미적이며 태생적으로 수구적 성격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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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혁 |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합작품으로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5일 발효됐다. 협정이 발효된 이상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국격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있고, 발효된 이후에도 다시 협상해 우리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한 폐기를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한·미 FTA를 정치쟁점화해 표심을 움직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된 한·미 FTA 논쟁을 총선 이슈 정도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통상 전략과 절차상의 문제를 돌이켜 보고, FTA 발효 이후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찾아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에 유럽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일 FTA를 비롯하여 동북아, 더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와 더불어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우리나라가 비교적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중견국가와의 FTA가 논의됐다. 우리나라가 농업에서 일부 타격을 입더라도 제조업에서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는 식으로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미국과의 FTA는 당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미국에 앞서 중국과 먼저 FTA를 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과는 협상력 차이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단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국가들과 먼저 FTA를 체결하고 농업 등 취약부문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하면서 FTA 협상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것이 기본전략이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노무현 정부는 중국과의 고구려 역사 논쟁,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그동안 대북정책과 관련된 미국과의 마찰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2006년 초부터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하게 된다. 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생긴 갈등을 경제 분야에서 양보해 해결한다는, 이와 같은 발상은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 스크린 쿼터 해소 등 미국이 요구한 ‘선결과제’를 일방적으로 수용했고, 미국과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문직 비자 쿼터와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에 관한 요구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법적 자주권을 제약하는 조항도 수용했다. 

절차적으로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배제한 채 청와대와 통상 관료는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한·미 FTA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파를 떠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국내에서의 반대 여론을 활용하여 대외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처럼 통상 전략이나 절차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진행된 한·미 FTA이지만, 협정이 발효된 만큼 그 이후의 대응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재재협상을 추진한다고 해도 협상력의 차이 때문에 미국이 얻는 것만큼 우리도 얻는 식의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익의 균형을 못 맞췄다고 해서 한·미 FTA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가져온다는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협정을 폐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협정의 폐기 여부는 한·미 FTA의 실제 운영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예를 들어 국내외 기업에 비차별적으로 환경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 미국 기업이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활용해 공공정책을 무력화하는 식의 행태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면 그 때 가서 폐기를 추진해도 된다. 이명박 정부도 이미 공언한 바와 같이 투자자-국가소송제 등의 부작용이 없도록 미국과 추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통상 전략과 절차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대내 협상’을 강화해 국민들의 동의를 확보하면서,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고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미 FTA라는 수업료를 지불한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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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원·김보미 기자 jwhong@kyunghyang.com

ㆍ미국차 값 내렸지만 인하폭 3% 그쳐
ㆍ캘빈클라인 청바지 9만원선 그대로
ㆍ식품매장엔 귤은 없고 값싼 오렌지만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이종명 차장(40·가명).


(경향신문DB)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타고 싶어하던 그는 1년여 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를 기다렸다. 수입관세 인하로 미국산 자동차 값이 떨어지길 기다린 것이다.

이 차장은 14일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있는 크라이슬러 대리점을 찾았다. 수입된 차들은 FTA로 인한 관세 인하분을 이미 반영한 상태였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2776㏄) 가격은 4930만원. 기존 5090만원에서 3%가량인 160만원이 내려갔다. 대리점 딜러는 “최종 차 값의 70%가량인 수입원가 기준으로 관세를 낮춘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인근 포드 대리점도 들렀다. 딜러는 “15일부터 차 값이 크게 내려가 익스플로러 3.5리미티드는 265만원이 인하된 5185만원에 판다”고 말했다. 여전히 서민들이 사기에는 높은 가격이지만 수입차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가 느껴졌다.

회사로 돌아가면서 이 차장은 약국을 들러 미국산 영양제 ‘센트룸’의 값을 물었다. 평소 몸이 개운하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습관처럼 먹던 영양제였다. 100정짜리 제품 값은 3만3000원. 수입차와는 달리 가격이 이전과 다름없었다. 

약사는 “센트룸을 수입 판매하는 한국와이어스가 FTA 발효 이후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우리 약국에서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엔 아내와 백화점에 들렀다. 아내는 “8만9000원짜리 캘빈클라인 스키니진이 7만8000원으로 내린다”며 며칠 전부터 쇼핑을 졸랐다. 정부 홍보책자에는 4만5000원 하던 베니핏 디어존 수분크림이 4만1667원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함께 실려 있었다. 이 차장은 나이키 매장에서 워킹화를 구경했다.

하지만 약국처럼 백화점에서도 FTA의 효과는 찾기 어려웠다. 캘빈클라인과 리바이스 같은 미국 유명 의류 브랜드는 한결같이 “FTA에 따른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했다. 나이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돼 원산지 자체가 미국이 아니기 때문에 FTA와는 상관이 없었다. 화장품 업체 직원은 “화장품은 수입원가가 낮아 관세가 인하돼도 몇 백원 수준”이라며 “제품 가격을 더 낮출 수입업체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연봉으로 약 5000만원을 받는다. 세금을 뗀 뒤 받는 월 급여는 380만원 안팎. 이 가운데 150만원 정도가 6세·4세 아이의 유치원비 같은 교육비와 아파트 마련에 사용된 대출금 이자로 사라진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공공요금도 올랐다. 한·미 FTA가 생활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지하 식품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육류를 둘러봤다. 미국산 쇠고기는 15년에 걸쳐 관세 40%가, 생삼겹살은 10년에 걸쳐 22.5%가 철폐된다. 당장 인하 효과는 거의 없지만 육류 매장에서는 프로모션으로 일부 미국산 쇠고기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과일 진열대를 살펴보던 아내가 마침내 한·미 FTA의 ‘효과’를 찾아냈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였다. 50%였던 관세가 발효 즉시 30%로 줄어든 품목이다. 매장에도 ‘FTA 효과’를 내세우며 할인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현지 가격이 오름세여서 1주일 전보다 10% 정도 내린 것에 불과했다. 이 또한 특판 상품이어서 할인가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값이 떨어지면서 귤이 차지하고 있던 진열대에는 오렌지가 가득 깔려 있었다.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오렌지를 담는 순간 시골에서 귤 농사를 지으며 FTA 후폭풍을 걱정하던 아버지의 표정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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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0시부터 발효됐다. FTA를 둘러싸고 양분된 국론의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비롯한 경제·사회체제의 미국화를 가속화하고 취약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될 미국과의 ‘역사적인 협정’이 발효된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중단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DB)




정부와 한·미 FTA로 이익을 보게 될 대기업 중심의 경제단체들은 장밋빛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21세기 무역 강국으로의 도약’이니 ‘세계 경제의 불황을 극복하는 활로’니 하며 미국과의 교역·투자가 크게 늘어 성장을 견인하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처럼 떠들고 있다. 당장 관세가 폐지되는 품목들의 물가 하락 효과를 내세우는 등 일방적인 FTA 선전에도 나서고 있다.

한·미 FTA는 경쟁력이나 자본력이 앞서는 산업과 계층에게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농업과 영세 중소기업·자영업 같은 취약계층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결코 막연한 걱정이 아니다. 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빈부격차 확대와 취약산업 기반 붕괴, 공공서비스 약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은 멕시코의 사례가 먼 옛일이 아니다. 사법주권과 공공정책 결정권 훼손·개방후퇴 불가 등 경제주권 침해를 가져올 독소조항들도 어느 것 하나 제거되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도 되돌릴 수 없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법 등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에 양국 간에 가동되는 서비스 투자위원회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일부의 시각도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는 이익균형을 위한 광범위한 재협상이나 독소조항의 원천적인 배제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의 경우도 폐기가 아니라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협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가 말로는 ‘국익우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국익을 위해서는 어떤 차원의 협상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협정이 발효된 마당이므로 ‘찬반 논란은 그만 접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한·미 FTA가 가져올 효과와 부작용은 이제부터 가시화된다. ‘국민 다수의 이익’의 관점에서 해가 된다면 언제든 재협상이나 폐기를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의 협정 폐기 또는 재협상 주장에 대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라는 비난은 어불성설이다. 재협상이든 폐기든 그것은 주권국가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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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기 | 영남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사람들에게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 누가 이익을 보는지 물어보면 모두가 소비자라고 답한다. 그럼 손해 보는 자는 누구인가 물어보면 이때는 이구동성으로 농민이란 답이 돌아온다.

과연 그런가? 시장개방의 득실에 관한 이와 같은 인식은 농업을 순전히 시장의 논리로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시장가치로 보면 우리 농업은 국내총생산(GDP) 비중 2%의 보잘것없는 산업이다. 이것이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농업이 경시당하는 이유다. 경쟁력 없는 비효율적 산업이라며 농산물은 수입해서 먹는 편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쉽게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하지만 농업은 그렇게 단순한 계산법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농업은 토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은 자연, 환경, 생태계와 직결되고, 수자원 보존과 농촌 지역사회 유지, 그리고 국토균형발전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고,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이 위협을 받는다면, 그리고 농촌 지역사회와 국토가 황폐화한다면 이는 더 이상 농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문제요, 국가의 문제이며, 우리 후손들의 문제인 것이다. 국내에 일정 수준의 농업자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고, 농산물 시장개방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자원고갈과 환경,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농업의 영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농업에서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생산해내고, 로컬푸드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곡물파동 이후로는 애그플레이션 현상과 식량수급 불안이 더 잦아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세계 1차 산업의 GDP 비중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이른바 클라크(C. Clark) 법칙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다.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들치고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100%를 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산악지대로 뒤덮인 스위스나 척박한 사막의 땅 이스라엘도 식량자급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세계 최하위 26% 수준의 자급률에 불과한데도 농지 감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자유무역협정(FTA) 시장개방에서는 세계 최전선을 달리고 있다. 농업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공장을 다시 세우듯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 해 한·유럽연합(EU) FTA 발효에 이어 한·미 FTA 발효도 오는 15일로 목전에 두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한·중 FTA까지 서두르고 있다. 농업에 관한 한 중국과의 FTA는 그 영향력이 핵폭탄급이다. 흔히 생각하듯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여 소비자가 이익이고 농민들만 손해라면 우리는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 시장개방에서 얻는 이익으로 피해 농가에 보전해 주는 소득재분배 시스템만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의 정작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가이다. 그런데도 농민들만 생존을 위한 반대투쟁을 벌일 뿐, 국민들 대부분은 침묵하고 정부는 피해보상이란 당근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

농업은 농민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국가존립의 기초요 기반산업이다. 농업 경시는 자연, 환경, 생명의 경시이다.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면 국가존립의 기반을 잃게 된다. 멀리 보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농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농업이 계속 시장개방의 희생양이 된다면 그 결과는 머지않은 미래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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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기업내전근자 비자(L비자)의 유효기한을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2010년 12월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재협상에서 미국이 한국 측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15일부터 한국내 미국 기업 또는 미국내 한국 기업의 기업내전근자에 대한 미국 비자(L비자) 유효기간이 현행 1년(미국내 새로운 지사 설립을 위한 전근자) 또는 3년(이미 설립된 지사에 대한 전근자)에서 최대 5년으로 연장된다"고 12일 밝혔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FTA 발효시점 발표(경향신문DB)




L비자란 미국 기업이 외국에 지사 등을 가지고 있거나 외국 기업이 미국내에 지사 등을 설립 또는 유지하고 있는 경우 본사-지사간 또는 지사간 전근하는 직원에게 발급되는 비이민 취업비자다.

미 국무부는 한·미 FTA 재협상 때 양국 통상장관이 L비자 유효기간 연장을 약속한 합의의사록의 이행을 위해 L비자 유효기간에 대한 국무부 규정을 지난달 14일 개정·공고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L비자 발급과 관련된 외교업무 매뉴얼을 개정해 미국의 일선 영사들이 L비자 신청자에 대해 최대한의 유효기간(5년)을 부여하도록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내 우리 지·상사 주재원 및 그 가족들이 체류 3년 경과시 L비자 연장을 위해 해외로 이동해 대면 인터뷰를 보는 비용과 불편을 감수해 왔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L비자 유효기간 연장 조치로 미국내 주재 한국인 주재원들의 편익이 증가하고 기업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발급받는 L비자와 별도로, 미 이민국(US Citizen and Immigration Service)으로부터 부여받는 ‘L 체류자격'은 최초 3년 부여 이후 미국내에서 우편으로 2년까지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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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 |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한국사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란 거대한 산을 넘고 있다. 국회 비준 이후 재재협상론과 폐기론이란 강풍을 맞으며 하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곧 한·중 FTA라는 거대한 등정을 앞두고 있고, 한·중·일 FTA도 가시권 내에 들어오고 있다. 또 한차례 격렬한 찬반논란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랫동안 한국사회는 한·미 FTA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첩경이라는 예찬론과 한국경제를 불평등과 종속으로 모는 수렁이라는 망국론 사이의 커다란 정치적, 이념적 간극은 좁혀질 줄 모르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쪽 주장도 충분한 현실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미국과의 FTA로 대박난 나라도, 쪽박찬 나라도 없다. 


 

웬만큼 큰 규모의 국가경제는 대외무역에 좌우되지 않을뿐더러 FTA란 정책이 사적영역인 무역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지도 못한다. 여러 선례를 보면 FTA의 경제적 혜택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 EU와 같은 선진경제권은 이미 관세수준이 낮고,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수준이 낮아서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일본의 수출기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FTA의 혜택을 보았다는 기업은 10%미만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개방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는 민감한 부문이지만, 많은 경우 협상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개방시 정부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가 한국사회에 미국식 시장만능주의를 만연시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한·미 FTA에는 분명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도처에 깔려 있지만 그것이 경제체제 전반에 주는 파급효과는 제한되어 있다. 효율에 기반을 둔 경쟁원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업지배구조, 주식시장 중심의 경제체제 등 신자유주의 핵심원리의 개혁은 무역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사안이다. 

FTA가 국가경제에 주는 손익이 크지 않음에도 여전히 많은 나라들은 FTA 체결에 열심이다. 동아시아의 경우 2000년 1개뿐이던 FTA 체결건수가 2010년 46개로 급증하였다. 그 이면에는 FTA가 주는 전략적 고려가 있다. 이른바 전략적 도미노효과로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를 좇아가는 현상이다. 예컨대, 중국이 아세안(ASEAN)과 FTA를 합의하자 일본이 바로 추격하고, 한국도 뒤따랐다. 한국기업이 동남아에서 엄중한 시장경쟁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FTA 교섭을 요구하는 현상도 이들이 한국시장에 직접적인 관심이 컸다기보다는 선수를 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향후 새로운 등반을 위해서는 FTA 효과에 대한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를 경계하면서 등산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을 다시 가다듬고 그를 바탕으로 FTA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대외개방이 곧 신자유주의화는 아니라는 점, 개방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과 북유럽국가는 유럽연합 국가들에 활짝 문을 연 개방경제이지만 자국 특유의 복지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좋은 FTA는 개방을 추구하되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제도를 지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특정집단을 위한 나쁜 FTA, 중소상인과 농민을 곤경으로 몰고 재벌계 수출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FTA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개방에 따른 승자의 이득을 나누고 패자의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개방의 과실을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FTA는 기업(주주)의 이윤 증대보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젊은 인력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면 더 좋은 FTA이다. 

끝으로, 좋은 FTA는 한국의 외교전략 구상과 조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함께 엮으면서 원하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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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꼽사리다'(나꼽살)에 출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44)가 한미FTA 발효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아 6일 삭발을 했다. 함께 나꼽살에 출연 중인 개그우먼 김미화씨는 눈물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우 교수의 '삭발식'은 이날 오후 4시30분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나꼽살 녹음실 인근의 한 미용실에서 이뤄졌다. 이곳에는 우 교수와 함께 나꼽살에 출연하고 있는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와 개그우먼 김미화씨도 모습을 보였다.

우 교수는 삭발식에 앞서 트위터에 자신의 삭발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한미FTA 발효를 맞아 즐겁게 삭발하렵니다"라며 "제 머리통이 안 예뻐 삭발 어지간하면 안 하려고 했지만… 경제학자 한 명쯤은 삭발이라도 해야(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누가 경제학자의 머리를 밀게 했는가" "마음이 아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삭발식은 당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김미화씨는 우 교수에게 "부인이 임신중인데 충격받지 않겠냐"며 농을 던졌고, 우씨는 "연애할 때 새만금 문제로 아내도 삭발한 적이 있었다"며 "(아내는 내게) '삭발하는건 좋은데 조금이라도 예쁘게 안해오면 쫓아낸다'고 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우 교수에게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하지만 삭발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조용히 삭발모습을 지켜보던 김씨는 감정이 복받쳤는듯 눈물을 보이며 "너무 슬프다. 왜 저렇게 해야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경제학자는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하는게 본분인데, 저런 사람이 머리를 깎고 그러니 마음은 오죽하겠냐"고도 덧붙였다.

삭발식은 5분이 채 안돼 끝났다. 짧은 머리의 우 교수는 "(머리를 자르는 동안)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기자가 "지금 머리를 깎아버리면 한미FTA가 발효되는 15일에는 뭘 할 것이냐" 묻자 그는 "아직 계획이 없다. 가만히는 못있겠고 술이라도 한 잔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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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TPP 협상 토론회서 주장

뉴질랜드는 2010년 10월 영화 <반지의 제왕> 후속편 <호빗>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호빗>의 제작사인 미국 워너 브러더스가 “배우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요구로 작업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촬영장소를 외국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는 당시 미국 워너 브러더스와 <호빗>을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호빗>의 촬영을 국내에 묶어두는 대가로 노동법을 개정해야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영화산업 종사자들을 특별한 경우에만 노동자로 인정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사실상 노동자가 아닌 독립 계약자로 간주되면서 집단교섭, 파업, 최저임금 보장 등의 권리를 잃게 됐다.


만약 뉴질랜드 정부가 앞으로 이전의 노동권을 회복시키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뉴질랜드 무역노동조합’의 빌 로젠버그 정책국장은 지난 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투자협상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토론회는 TPP 11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멜버른에서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의 주도로 마련됐다.

로젠버그 국장은 “만약 TPP가 체결된 뒤 이 노동법이 재개정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간접수용 등에 해당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노동권과 인권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투자협상 토론회에 인터넷 화상전화로 참여, 의견을 말하고 있다. (경향신문DB)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제인 켈시 교수(법대)는 “와이탕기 조약도 자의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차별로 여겨져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와이탕기 조약은 1840년 마오리 원주민과 영국 왕실 사이에 맺어진 것으로 뉴질랜드에 대한 영국의 실효적 지배를 공식화한 조약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최근 마오리족의 조상이 살던 목장 16필지를 중국 회사가 사도록 허용했다. 이 땅을 되찾으려던 마오리족은 정부를 상대로 와이탕기 조약을 근거로 들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화상전화를 통해 패널로 참여한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한국의 뼈아픈 경험이 교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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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보는 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면세유를 대주는 농기계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한·미 FTA 추가보완대책에 따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한다고 28일 밝혔다.


(경향신문DB)


 

면세유 공급 대상에 추가되는 농업기계는 40만대에 이르는 농업용 화물차, 3500대 규모인 농업용 굴삭기(1t 미만), 500대 안팎의 화식 사료용 사료배합기 등이다. 

농업용 화물차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2조에 따른 경형·소형이며 밴형은 제외된다. 또 현행 대상 중 농업용 로더는 범위가 2t 미만에서 4t 미만으로 확대된다.

이번 조치로 면세유 공급 농업기계는 39종에서 42종으로 늘어난다.

박석현 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장은 "한·미 FTA가 발효되는 3월15일에 맞춰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중"이라며 "추가된 농업기계가 농업 전용으로 사용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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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23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찬성할 수가 없다”며 “지금 발효를 중단하고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한·미 FTA는 참여정부에서 출발했고 나도 참여했다”면서 “그러나 이 정부가 추진한 FTA는 우리가 추진한 내용과도 달라지고, 경제질서가 급변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달라진 내용’을 “(자동차 부문 등에서) 국가 이익균형이 깨졌다”고 했다. “미국은 참여정부가 체결한 한·미 FTA를 1년 동안 비준하지 않았고, 이 정부에서 3년반이나 밀실 협상했다”고 말했다.


‘급변한 경제질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경제질서가 달라지고 미국 월가에서 몇 달간 시위가 진행됐다”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을 꼽았다. 


한명숙 민주통합당대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경향신문DB)




한 대표는 그러나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두고 사과하지 않고 비켜갔다. 한 대표는 토론회에서 ‘폐기’라는 단어도 쓰지 않았다. 앞서 한 대표는 총선승리·정권교체 이후 FTA 재협상에서도 독소조항 수정이 무산될 경우 폐기론을 주장했다.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한·미 FTA 문제는 ‘독소조항 전면 재협상’에 무게를 싣고 새누리당과 맞서는 쪽으로 속도와 강도를 조율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를 향해 “한·미 FTA에 (대해) ‘신자유주의 질서가 계속될 줄 알고 FTA의 대상, 시기, 내용 등에 대해 오판했다, 일도양단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출구전략을 세우겠다’고 공식적으로, 간명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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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67·제주교구장·사진)가 다음달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강 의장은 22일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교우님들, 경제를 함께 공부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현실적으로 FTA를 맺은 대부분의 나라가 외형상의 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극소수의 대기업과 자본가들만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중산층이 몰락하여 빈곤층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회활동에서 최종 기준으로 공동선을 가르쳐 온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전통을 생각한다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FTA를 어떤 시각에서 보아야 할지 자명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경향신문DB)


 

강 의장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확산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멕시코·캐나다 주교단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폐해를 천명한 성명서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FTA는 가톨릭의 가르침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교회는 예로부터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만 재산권이 누구에게나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님을 일찍부터 가르쳐왔다”며 “자유무역의 자유도 사회 정의가 요구하는 원칙에 따라 이뤄질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 바오로 6세는 이미 1967년에 국제교역에서의 경제정의에 관한 주의를 환기시켰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국가 간의 투자가 도덕적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주교들의 협의체인 주교회의 의장은 한국 천주교의 행정적 대표자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강 의장은 “한·미 FTA가 우리나라의 각 분야에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어 우선 자세히 들여다보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느꼈다”며 기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 의장은 “한글판만 무려 700쪽이 넘는 한·미 FTA 협정문서와 다양한 자료들을 사제 다섯 명과 한 달을 두고 들여다보며 공부한 뒤 대화를 나눴으나 난해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면서 “협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이 이 문서를 완전히 숙지하고 이해한 뒤에 찬성표를 던졌다면 대단히 뛰어난 독해력과 판단력의 소유자임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사 국회의원들과 우리 통상전문가들이 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이라 해도 이 사안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크게 좌우하는 중대한 내용인지라 그들의 사고와 판단에만 맡기고 일반 국민들은 팔짱 끼고 맥 놓고 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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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을 오는 3월15일로 합의한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이로써 협상이 시작된 2006년 6월 이후 5년 가까이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채 국론을 분열시켰던 한·미 FTA는 국내법에 따른 공포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우리는 협상 개시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미 FTA를 반대해왔다. 그것은 한·미 FTA가 단순한 교역확대 조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미국화’를 초래할 유례없는 조약이란 사실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그 병폐와 한계를 드러낸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이식을 가속화하는 틀로 인식해왔다. 그만큼 한·미 FTA의 본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사법주권 침해·공공정책 결정권 훼손·개방후퇴 불가 등의 폐해를 낳게 될 독소조항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협정 발효에 이르게 됐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FTA 발효시점 발표 (경향신문DB)


 

이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대기업이나 자동차·정보기술(IT) 업종을 비롯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일부 계층과 산업에는 이익의 기회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역 증가가 가져올 경제적 득실의 중요성은 부차적이다. 영세 중소기업·자영업·농어업 등 경쟁력이 뒤지는 분야와 취약계층에게는 몰락을 재촉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피해대책’이란 이름의 금전적 보상으로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방 파고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단순하고 무책임하며 허황된 것이었는지 그 허상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업종간·계층간 양극화의 가속화도 불보듯하다.

현재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의를 모아 한·미 FTA를 밀어붙인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FTA의 재협상과 폐기를 관철하자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눈앞의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길 바란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투 사례처럼 사태를 방관하다가 뒤늦게 나서서 영세상인 보호를 외치는 꼴이 돼서도 안된다. 만고불변의 조약이란 없다. 다시 협상하고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와 각오가 필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지난해 한·미 FTA를 ‘이혼도 못하는 결혼’에 비유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현실화하는 재앙을 회피하는 노력과 결단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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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의 대선이야기]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있기도 어려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가 대선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일희일비’하지 않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라도 대책 없이 문재인 고문의 상승만 바라보다 추월당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박근혜 위원장은 역시 정책으로 움직였다. 새 정강정책과 새 당명으로 ‘박근혜당’의 출발을 알린 직후 그는 “여당일 때는 국익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라고 하고, 야당이 되자 정반대 주장을 하면서, 이제는 선거에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경향신문DB)




박 위원장은 평소에는 아웃복서처럼 보이지만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후퇴를 모르는 인파이터가 된다. 야당의 ‘한·미 FTA 폐기 공세’를 맞받아친 그의 이 발언은 그가 오랜 아웃복싱을 접고 인파이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일단 한·미 FTA를 정책 이슈로 선택한 이상 박근혜 위원장은 여기서 1차 승부를 내려 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한·미 FTA에 대한 문재인 고문의 입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입장,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입장이 무엇인지 물을 것이다.

박 위원장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역공을 받게 된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민주통합당 내부가 간단치 않다. 한·미 FTA 반대와 폐기에 정치생명까지 건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웬만하면 그냥 넘어갔으면 하는 온건파도 적지 않다. 여기에 FTA를 둘러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갈등도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선거는 여러 개의 이슈로 치러지지 않는다. 후보가 100명이면 100개의 정책, 1000개의 공약이 나오지만 그 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는 하나 또는 많아야 둘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이슈였다면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이슈였다. 그렇다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주도할 이슈는 과연 무엇일까?



이슈는 주관적 의도와 희망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이슈가 그 시점 그 상황에서 핵심 이슈로 되기 위한 조건들이 있는 것이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찬·반 양론이 분명해야 하고 그 차이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양쪽이 확신을 가지고 올인해야 한다. 한쪽 발만 담그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설사 이슈가 설정되어도 제대로 주도하기 어렵다. 셋째, 시대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성이 큰 이슈여야 한다. 작은 전투에서 득점을 많이 해도 이 핵심 이슈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될 만큼 상징성이 커야 파괴력 큰 핵심 이슈가 된다.

불리한 쪽은 핵심 이슈 싸움에 모든 걸 거는 올인전략을 구사하게 마련이다. 사실 용패(바둑에서 바둑판을 흔들기 위해 무리하게 두는 패)라도 쓰고 싶은 것이 불리한 쪽의 심정인데, 선거판 전체를 좌우할 핵심 이슈가 있다면 달려들지 않을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공세를 정치공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민주당의 이번 공세가 통상적으로 불리한 쪽에서 취하게 마련인 올인전략에 유사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아친 박근혜 위원장의 역공에서 그의 녹슬지 않은 승부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양측의 엇갈리는 승부감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는 것도 4·11 총선 관전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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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가면 빵집을 찾습니다. 시골 친구가 빵집에서 빵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도와 빵을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친구와 함께 놀다가 금방 구운 팥빵을 얻어먹었습니다. 케이크에서 잘려 나온 자투리 빵에다 생크림을 발라 먹기도 했습니다. 빵을 제대로 사먹을 수 없었던 시절,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친구의 빵집에서 팥빵을 삽니다. 도시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먹음직스런 빵이 손님들을 유혹하지만 아무런 장식이 없는 팥빵이 가장 맛있습니다. 친구는 넋두리합니다. 시골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 옛날같지 않다고 합니다. 멋진 인테리어와 갖가지 보기 좋은 빵이 시골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게다가 시골 빵집은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원가 승부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섬처럼 도시와 연결되지 않았던 옛날, 친구의 빵집이 읍내에서 유일한 빵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었습니다. 시골 읍내는 도시와 4차선 국도로 연결됐습니다. 경제성이 있다고 하면 온갖 프랜차이즈가 시골에도 손을 뻗습니다. 조그만 시골 빵집이 거대한 공룡과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과 맞설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한·미 FTA가 발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출범한 종합편성 채널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신문업계에서는 메이저로 군림하지만 방송업계에서는 마이너인 종편의 시청률이 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굴욕’이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종편이라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품질 여부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MBC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이 40%를 육박한다고, <해품달>의  40분의 1도 안 되는 품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 종편의 하루 모든 시청률을 끌어모아도 <해품달> 하나의 시청률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종편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종편의 미미한 시청률이 어쩌면 메이저 언론사들에게 동네 빵집의 설움을 진정으로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한·미 FTA ‘대공세’에 나서는 것을 보면 아직 마이너의 설움을 알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 언론사는 신문시장처럼 동네 빵집이 거대 공룡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동네 빵집의 빵이 맛이 없다고 치부해버릴 것입니다. 어쩌다 한 동네 빵집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마치 ‘영웅’처럼 대접하며 ‘이런 사례가 있다’고 신문에 화려하게 소개할 것입니다. 

어쩌면 종편은 이런 영웅이 되기를 꿈꾼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세상은 거대한 공룡 앞에서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재벌그룹이 아니라면 거대 다국적회사에 맞설 중소기업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기껏해야 가족 몇 사람이 농사를 짓는 농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미 FTA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사담이라며 “한·미 FTA를 시작한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전문가가 했던 말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귓가에 맴돕니다. “FTA를 굳이 해야 한다면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것이 한·미 FTA입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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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표 및 의원들이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낸 이후 한·미 FTA가 4월 총선의 정책대결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미국 측의 공식 반응은 ‘쿨’했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국내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격’ 발언과 특히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언급이 나와 이제 한·미 FTA를 둘러싼 여야 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사실 서한 내용으로만 보자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구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주장해오던 당론인 이른바 ‘10+2’에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야당의 대표가 던진 ‘폐기’라는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한·미 FTA와 관련해 ‘폐기’라는 말을 가장 먼저 던진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지금 다시 읽어 봐도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 미국이 틀림없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쓴 바 있다. “FTA를 살리기 위해서 재협상이 불가피하더라도 협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협상 테이블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정은 폐기가 되겠지요. 협정이 폐기되더라도 제대로 된 협상의 테이블에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FTA를 ‘살리기 위해’ 미국이 요구할 재협상에 제대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 그가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직접 목격했더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빈조약법에 따르면 모든 협정은 종료, 폐기, 무효화, 효력정지 등이 가능하다. 이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에 속한다. 한·미 FTA의 경우엔 협정문 24.5조 2항에 협정의 ‘종료’(termination)가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 누구든 이 조항에 의거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 한·유럽연합(EU) FTA의 경우엔 협정의 종료 대신 ‘폐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내용은 차이가 없다. 이런 협정의 종료, 폐기, 탈퇴는 효력은 같지만 표현을 달리한 채, 우리가 체결한 모든 FTA에 다 들어가 있다. 종료, 폐기, 탈퇴하지 않는 한 FTA의 효력은 ‘무기한’이다. 상상해 보자. 한·미 FTA와 같은 불평등·불공정 조약이 영원히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를.

한·미 FTA 폐기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국회 동의는 불필요하다. 2001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일방 폐기한 데서 보듯이 그것은 체약 당사국 어느 한쪽의 일방행위로 성립된다. 나는 야권 대표들의 서한 전달을 이 ‘폐기 프로세스’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하지만 폐기가 체약 당사국의 협정상, 국제법상 정당한 권리이나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무 자르듯 협정을 종료시키기에는 현실적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것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긴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나는 그 중 가장 큰 장애로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우리 안의 공미(恐美)주의를 들고 싶다. 한·미 FTA 폐기를 말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올리는 것이 미국의 보복이다. 무역보복, 신용등급 강등, 북한 문제 등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 하나하나를 분석해서 그런 보복이 가능하지 않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 공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만큼 미국은 우리 사회 내에,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내면화된 거대한 살아있는 권력인 셈이다.

그래서 한·미 FTA의 폐기는 우리가 선택할 최후 이성 같은 것이다. 폐기에 정해진 절차나 서식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 자체는 그저 대통령의 팩스 한 장으로 족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한두 번의 서한 전달로 형성되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의회 다수의 안정적이고 확고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월 총선에서의 승리가 필수조건이다. 짧을수록 좋겠지만, 너무나 길 수도 있을 바로 그런 과정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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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oog.com BlogIcon sticky 2012.02.21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글은 참 황당하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직접 목격했더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라는 가정하며, "이를 위해서는 4월 총선에서의 승리가 필수조건"이라는 둥. 승리라는 것은 누구의 승리인가요? "착한 FTA"를 추진했던 이들의 승리?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건의문>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연구를 위한 공식적인 연구팀을 구성해 주실 것을 간곡히 건의합니다.

존경하는 양승태 대법원장님께. 최근에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세력 사이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요인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정치 논쟁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사화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서 그 규범적 효력은 국내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라고 할 것입니다.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위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통상 장벽이 해체되어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되고 경제시스템이 선진화되며, 그 결과로 대세계 무역수지의 흑자가 향후 15년간 연평균 27.7억달러 증가되고, 35만명의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자 후생수준이 321.9억달러 증가하고, 실질GDP가 5.66% 증가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외교통상부, 한미 FTA 홈페이지, “무역한류로 가는 첫걸음, 한미FTA” 및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에서 인용).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위 한미FTA는 그 협상과정에도 문제점이 있고, 그 내용에도 여러 가지 독소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그 중에서도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ISD 조항은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고 이를 제3의 중재기관에 맡기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고 주장합니다.



저희 판사들은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 역진방지조항(Ratchet),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등 몇 개 조항이 위 한미 FTA의 불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법률적인 관점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저희 판사들은 위 한미 FTA 중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ISD 조항이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는 주장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 이른바 ISD 조항은 정부가 한미 FTA 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 직접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경우 국제 중재는 3인으로 구성된 중재 판정부에서 단심제로 심리하는데, 중재인 3인은 투자자와 피소국 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고, 분쟁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의장중재인을 선임하되, 중재 제기 후 75일 이내에 중재 판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제3 국적의 중재인을 직권으로 의장중재인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외교통상부에서는 위 ISD 조항은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최소한의 투자보호장치로서,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7개의 FTA 중 한-EU FTA를 제외한 다른 6개의FTA에도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외교통상부, 한미 FTA 홈페이지, “ISD, 공정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인용). 그 이외에도 국내 재판관할권이 법원에 있다고 해서 당사자 쌍방이 동의하여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중재를 받겠다고 합의하는 것은 사법주권 침해와는 관련이 없고, 한미 FTA 분쟁을 국내 법원에 맡기면 상대방에서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국제중재기관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 외교통상부 주장이나 다른 반론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우리 법원에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위 한미 FTA 자체가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이행법률만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 이행법률을 보면, 일견 서로 상충되는 듯한 조항이 있어서 과연 정말로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도 위 ISD 조항에 의하여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것인지 보다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위 이행법률 제102조 (b)항을 보면,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이 협정에 불합치하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여하한 자 또는 상황에 대해서도 주법 또는 주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력이 없다는 선언을 할 수 없다(No State law, or the application thereof, may be decalred invalid as to any person or circumstance on the ground that the provision or applica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c)항을 보면,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자도 협정 또는 그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하며, 법률 조항에 따른 어떠한 조치, 미합중국 또는 주정부의 부서, 기관, 기타 기구의 어떠한 조치 또는 부작위에 대하여 그것이 협정에 불합치한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No person other than the United States (1) shall have any cause of action or defense under the Agreement of by virtue of congressional approval thereof; or (2) may challenge, in any action brought under any provision of law, any action or inaction by any department, agency, or other instrumentality of the United States, any State, or any political subdivision od the State, on the ground that such action or inac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위 이행법률 제106조를 보면, “미합중국은 협정 제11.16.1(a)(i)(C)조 또는 제11.16.1(b)(i)(C)조에 의해 미합중국에 대해 제기되는 청구를 협정 제11장 제B관이 규정하는 ISD 절차에 의하여 해결할 권한을 가진다{The United States is authorized to resolve any claim against the United States covered by article 11.16.1(a)(i)(C) or article 11.16.1(b)(i)(C) of the Agreement, pursuant to the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procedures set forth in section B of chapter 11 of the Agreement}”라고 그 문구가 다소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행법률의 내용을 둘러싸고 반대론자들 중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만일 미국 기업은 한미 FTA에 의하여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직접ICSID에 제소할 수 있음에 반하여,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상대로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불평등 조약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규정을 보다 자세히 검토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그 표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 어떠한 분쟁이 있는 경우 당사자 쌍방이 협의하여 법원에서 재판받지 아니하고 국제 중재 절차에 맡기는 것까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 한미 FTA에는 사전동의 규정이 있어서 미국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제소하는 경우, 우리 정부가 무조건 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게 됩니다. 앞으로 한미 FTA와 관련하여 어떤 내용의, 무슨 소송이 제기될지 모르는데, 이와 같이 일반적, 포괄적으로 중재 동의를 간주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미 FTA가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을 채택함으로써 명시적으로 유보된 분야를 제외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협정임을 상기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셋째, 우리나라가 칠레나 다른 나라들과 FTA를 하면서 이와 같은 ISD 조항을 수용하였다는 것과 미국과 FTA를 하면서 이와 같은 ISD 조항을 수용하는 것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ICSID는 세계은행 산하에 설치된 중재기구이고, 이 세계은행은 주지하다시피 1946년 미국이 주도하여 설치, 운영하고 있는 기관으로 그 총재는 이제껏 수십년간 미국인이 맡아 왔습니다. 그러니만큼 ICSID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재 절차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재인 3인 중 2인은 투자자와 피소국 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장중재인은 분쟁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ICSID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의장중재인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칠레나 다른 나라와 소송을 할 때에는 ICSID에서 나름대로 공정하게 중재 판정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소송을 하게 되면, 결국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의장중재인에 의하여 중재 판정이 내려지게 될 것인데, 과연 그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할는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ISD 조항은 우리가 FTA를 체결함에 있어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조항이 아니라 옵션 조항입니다. ISD 조항에 의한 분쟁해결절차가 이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미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 협상을 할 때 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 점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미국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ICSID에서의 중재라 하여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반박자료로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 관련 ISD는 총 123건으로 미국 기업이 제소한 사건이 108건,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이 15건인데, 미국 기업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108건 중 미국 기업이 승소한 사건은 15건으로 승소율이 13.9% 밖에 되지 안ㅎ고,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15건 중에서 미국 정부가 승소한 사건은 6건으로 승소율이 40%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위 “ISD, 공정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인용).

그러나 위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15건 중 미국 정부가 승소한 사건 6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은 계류 중인 사건이어서,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에서는 미국 정부의 승소율이 100%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위 자료에 의하더라도 위 ISD를 이용하는 전체 제소자의 87.8%가 미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위 ISD 조항이 명목상으로는 어떻든지 간에 현실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합니다. 미국 기업의 승소율이 13.9% 밖에 안 된다는 것도, 바꿔 말하면, 그만큼 미국 기업들이 위 ISD 조항을 이용하여 소송을 남발하였다는 것이 될 수 있고, 일단 미국 기업에 의해 ICSID에 제소당하면 우리 정부는 비싼 미국의 로펌 변호사에게 막대한 소송비용을 치르면서 원치 않는 분쟁절차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몇 번 이러한 절차를 겪게 되면 우리 정부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할까 봐 눈치 보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다소 거칠게 비유하자면, 미국으로서는 위 ISD 조항은 서부 시대에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은 것입니다. 차고 다니기만 하면,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들은 총잡이 눈치를 보면서 피해가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 우리나라 사법부가 통상무역이나 한미 FTA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결을 하지 못할 염려가 있어서 위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위 ISD 조항을 받아들인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관료들 중에는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미 FTA가 발표되면 한미 FTA 이행사항을 감독하기 위하여 양국의 협상대표로 이루어진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는데, 2011.12.4자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외교통상부는 최근 박주선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한미 FTA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를 질의받고,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 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법률의 최종해석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리 법원보다 위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이 실질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입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위 한미FTA가 영문본과 한글본 합하여 전체 1,500페이지에 이르는 워낙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재판 업무에 시달리는 법관 개개인이 이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위 한미 FTA가 국내 법률과 동등한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 시장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내에서 그 내용에 대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일 한미 FTA가 비준, 통과되기 이전에 우리 사법부가 그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지금 사회적으로 독소조항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하여 법률적 차원에서 검토 의견을 내었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 갈등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는 만시지탄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라도 저희 판사들은 대법원장님께서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공식적인 TFT를 구성하고 한미 FTA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점들을 검토하여 그에 대한 의견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미 FTA에 대하여 찬반대립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사실 그 내용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법률의 최종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이와 같이 TFT를 구성하여 공식적인 검토의견을 낸다면, 그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던지 간에 국민들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만 규범통제를 할 권한이 있는데, 이와 같이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한미 FTA에 대하여 연구하고 그 검토의견을 낸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먼저 한미 FTA는 국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있는 조약으로서, 그 내용이 방대하고 통상교역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비록 구체적인 사안이 계류되지 않더라도 법관들이 미리 그 내용을 연구하고 법률적인 문제점을 검토해 보는 것은 삼권분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은 명백합니다.

나아가 어떤 법률을 제정할 때, 그 법률을 적용할 기관인 사법부가 미리 법률에 관한 검토를 통하여 의견을 낼 필요가 있는 부분은 의견을 내는 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국회에서 심의 중인 각종 법률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으며, 그에 대해 어느 누구도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미 FTA도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 조약인데, 특별히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도 미국의 장례식장 사업에 투자한 캐나다 회사가 미국 주법원 판결이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수용 및 보상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ISD에 의해 제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주 대법원장들이2004년에 미국 주 대법원장회의(Conference of Chief Justice, 약칭 CCJ)를 통하여 결의안을 채택해 “미국 무역대표부와 의회는 주 사법부의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집행가능성 및 최종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통상협정 조항만을 승인할 것과, 현존하는 통상협정들 아래에서도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민들과 기업보다 더 큰 실체적, 절차적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한다{State court leaders urge the US Trade Representative (USTR) and Congress to only approve trade agreements provisions that recognize and support the sovereignty of state judicial systems and the enforcement and finality of state court judgements and to clarify that under existing trade agreements, foreign investors shall enjoy no greater substantive and procedural rights than US citizens anf businesses.}”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였으며,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ISD 제도를 수정, 보완한 새로운 투자협정 모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와 같이 법원이 자유무역협정에 관하여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최종성을 강조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고,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이를 존중하여 ISD 제도를 수정, 보완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그러므로 저희 판사들은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T를 설치하여 한미 FTA가 우리나라 사법주권을 중대하고 심각한 수준까지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를 연구, 검토하는 조치를 취하여 주실 것을 건의드립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연구 결과에 의하여 한미 FTA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적절한 과정을 거쳐 그 입장을 확립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대외적인 입장표명 여부를 검토하여 주실 것을 건의드립니다.

저희 판사들의 간절한 뜻을 깊이 헤아리시어 건의를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11.12.7

건의문 대표 작성자 부장판사 김하늘

위 건의문에 대해서는 그 세세한 부분이나 표현에 있어서 다소 입장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건의문의 주된 취지 - 한미FTA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중대하고 심각한 수준까지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법부 내에서 이에 대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 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판사님들이 의견을 같이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부장판사 :

(이상 10명, 가나다순)

판사 :

(이상 156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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