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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5년5개월을 끌어온 한·뉴질랜드 FTA가 타결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맞춰 서둘러 FTA 협상을 마무리한 모양새다. 한·호주, 한·캐나다 FTA를 포함하면 박근혜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 FTA다.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FTA 속도전’도 졸속 우려를 낳고 있지만, 국민은 물론 비준권을 갖고 있는 국회마저 소외시키는 비밀주의 ‘밀실 협상’도 큰 문제다. 당장 정부는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FTA를 추진하면서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밟은 적이 없다. FTA의 직접적 피해를 입는 농어민, 중소상공인,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다. 매번 FTA 협상 과정에서 변변한 공청회조차 열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정부의 ‘FTA 비밀주의’는 통상절차법이 정한 절차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미 FTA 사태’의 교훈으로 제정된 통상절차법은 특정 국가와 통상 협상을 개시하기 전에 목표·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협상 진행 상황도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국회의 자료요구, 의견제시 권한도 명시하고 있다. 한번 체결하면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한 통상조약 협상을 국회의 감시 속에 둠으로써 졸속·부실을 제어하려는 장치다. 하지만 정부는 ‘통상조약 계획서’를 형식적으로 제출하고, 협상 진행 보고는 회피로 일관했다. 한·뉴질랜드 FTA 타결을 나흘 앞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동철 위원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는 달랑 두 쪽짜리였다고 한다. 그나마 주요 쟁점에 대해선 “협상 중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한·호주, 한·캐나다, 한·중 FTA 때도 마찬가지였다.

11일 국회정문 앞에서 한중FTA중단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축산인들이 한중FTA 졸속타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한 뒤에도 협상 결과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시장 보호에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는 농축수산 분야의 내용은 소상히 밝히면서, 공산품의 양허(관세 철폐) 계획과 품목별 원산지 기준은 전체 1% 정도만 공개했다. 협상 과정도 ‘깜깜이’로 하더니 협상 결과 발표마저 ‘마사지’한 꼴이다. 통상 협상의 비밀주의가 어떠한 폐해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지는 2008년 한·미 FTA 사태 때 목도한 바다.

국민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FTA를 정부의 밀실 협상으로 끝내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한·중, 한·뉴질랜드 FTA 공히 양허 조항만 1만여가지에 달한다. 비준동의안이 넘어오기 전이라도 국회의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FTA 협상 과정에서 소홀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론화 절차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는 FTA 체결 전 과정에 걸친 자료를 국회에 성실히 제출해야 한다.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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