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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어제 베이징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난항’을 면치 못했던 협상이 시진핑 주석의 방한(7월)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라는 정치적 셈법이 개입하면서 뚝딱 결론이 난 셈이다. 정부는 이번 FTA가 중국 시장 선점, 미래성장 동력 확보, 투자유치 확대 등의 의의를 갖는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지리멸렬한 상태의 한국 경제가 중국을 지렛대로 돌파구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섞여 있다.

물론 중국은 한국에 ‘너무도’ 중요한 국가다. 전체 수출의 26.1%, 수입의 18.1%가 중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중국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협상도 그에 걸맞게 국민 의견수렴과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마땅하지만 과정을 되돌아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실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협정문 22개 챕터(장) 가운데 16개장을 제외한 6개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컸지만 정상회담에 맞춰 민감품목 범위 설정에 이견이 있는 품목은 아예 빼버리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중국과의 경제적 결속, 그로 인한 정치·외교적 효과를 기대하는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FTA의 본질이 경제효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접근법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10일 인천항에서 중국 웨이하이~인천 항로를 운항하는 ‘뉴골든브릿지Ⅱ호’에서 물품이 하역되고 있다. _ 연합뉴스


타결 내용은 ‘13억명의 빗장을 열었다’가 아니라 ‘13억명에게 빗장을 열어줬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위험을 두려워해 시장에 들어가는 기회를 포기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안전장치나 보호막 없이 시장을 여는 것도 무책임하다. 정부는 쌀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했고, 고추·마늘·사과·쇠고기·돼지고기 등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농축산물 개방 수준을 역대 최저 규모로 방어했다며 ‘축산농가 피해 전무’ ‘농업 피해 최소화’ 운운하며 성과를 과시한다.

중국 전체 농산물 수출액 중 한국의 비중은 미미하다. 한국의 체면을 위해 양보하더라도 크게 밑질 것은 없다. 그런데도 이를 큰 성과인 양 떠드는 것은 중국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양허대상 제외 품목은 언제라도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 이번 협상에서 김치가 양허대상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당장 제외됐다고 안심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다른 모든 FTA 피해를 합친 것만큼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농가의 우려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 제품의 수출 기대효과도 커 보이지 않는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는 턱밑까지 쫓아왔고 중저가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능가하고 있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 중소기업은 중국 제품이 몰려들면 구조조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한국 경제의 활력은커녕 대중국 종속의 가능성만 커질 수 있다. 무역을 늘려 부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겠다는 게 되레 더 부박한 삶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 남은 절차는 조문 작업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정식 서명, 국회 비준이다. 정부는 내년 중 국회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국회는 협정에 따른 경제·사회적 득실과 분야별 영향을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단순한 결과 추인이 아니라 판을 깨는 것도 불사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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