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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그림만으론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의 방중은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곧 상대국 국민들의 마음과 생각에 직접 호소하는 그런 외교의 제법 좋은 사례라 할 만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한 대학에서 현지어로 연설을 했고, 의상도 잘 연출했다. 또 중화주의의 정신적 고향 가운데 하나라 해도 무방할 진시황릉도 찾았다. 그런데 저 FTA가 또 문제다. 정부 측은 중국 측이 통큰 ‘양보’를 해서 한·중간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방중이 거둔 가장 큰 성공사례라는 의미로 말이다. 수준이 높다는 의미는 개방 수준이 높다는 말이고, 포괄적이라는 의미는 상품분야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등등의 분야까지 다 포함한다는 뜻이다. 이미 한·미, 한·EU FTA 때 하던 말들이다.



병마용갱 둘러보는 박근혜 대통령 (경향DB)


문제는 한·중 FTA에서도 지금까지의 오류가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린치핀’이란 단어가 새롭게 등장한 점을 제외하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신통상정책 로드맵’은 본질에서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린치핀이란 바퀴 등을 동력축에 연결하는 핀을 말한다. 그래서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 곧 ‘아세안+6개국’ FTA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FTA’(TPP)라는 두 바퀴를 연결하는 핵심축이 우리라는 말이다. 세계시장의 논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저 실소에 부칠 일이나 정부 측은 아직 초기라 그런지 자못 진지하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FTA 만능주의를 쫓고 있다는 말이다.



둘째, 농수축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대책을 잘 세우면 문제없다는 안이한 발상이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중국이 절대우위에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한·미 FTA 때와는 달리 중국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모든 중국산 농수축산품의 국내시장 파괴력이 비교가 안된다. 따라서 이 나라의 농업을 비롯한 1차산업은 없어질 것을 강요받고 있다.


농민들 못살겠다. (경향DB)



셋째, 농업 등은 피해지만 제조업은 이익이라는 착시 역시 바뀌지 않고 있다. 중저가 제품은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우리의 중소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전기전자를 수혜업종으로 말하지만, 반도체는 옛날부터 무관세이고, 전자기기는 가공무역 비중이 매우 높아 대부분 관세환급대상이기 때문에 실익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는 중국의 관세가 25%로 매우 높기 때문에 역시 기대가 높지만 중국이 민감품목으로 지정할 것이 뻔하고, 그보다 이미 중국 현지 생산체제가 완료단계인 상태에서 국내산 자동차에 대한 별도의 수요가 있을지 불확실하다. 설사 관세철폐가 되더라도 대부분 중국 국내법인 비관세장벽이 문제가 될 것인데, 과연 한국만을 위해 중국이 자국법을 고칠까. 오히려 중국산 독일차, 일본차가 국내에 역수입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기대주가 자동차 부품인데 이 또한 저가의 중국산 범용제품의 수출 증가와 고가의 국내산 부품 수출 증가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제조업 우위라는 막연한 환상과는 달리 한·중 FTA는 우리 주력인 전기전자, 자동차 그리고 철강 등에서조차 피해가 예상된다.



넷째, 경제효과는 여전히 과장되어 있다. 3%에 달한다는 정부 측 주장과는 달리 표준모형으로 추정해보았을 때, 10년에 걸쳐 총 0.26~0.9% 정도의 미미한 GDP 효과가 추정될 뿐이다. 이른바 ‘메가FTA’가 확산될수록 그나마 그 경제효과마저 감소할 것이다. 중·미·일에다 EU까지 가세, 글로벌 FTA 삼국지가 연출되는 환경이다. FTA 자체가 미래경제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조건에서, 우선 요구되는 덕목은 신중이다.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중 FTA,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이해영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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