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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개편 논의가 자유무역협정(FTA) 장벽에 부딪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산업은행의 정책 기능 강화와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가 각각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8월 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책금융기관 개편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말 출범시킨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있다.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통폐합시키는 게 관건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소매금융을 축소하고 정책 기능을 강화해 정책금융공사와 합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전제로 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공사를 따로 설립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민영화는 중단됐고, 박근혜 정부는 아예 산업은행의 정책 기능을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한·미 FTA의 역진방지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은 한번 개방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기로 했다가 정책 기능을 다시 강화해 정부 산하에 그대로 두는 것은 역진방지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TF의 한 관계자는 2일 “금융위는 내부 검토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쪽으로 봤지만, 외부 전문가들이 역진방지조항 문제를 제기하면서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문제에 역진방지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률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 법률전문가는 “개편 방향이 어떤 식으로 되느냐에 따라 역진방지조항이 적용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더 조심스럽게 논의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은 특성상 정부 개입이 크고, 특혜성을 띤다는 점에서 미국이 FTA 협상 당시부터 산업은행의 역할을 주시해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도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을 언급하면서 “미국 정부는 산업은행과 그 밖의 정부 소유 또는 계열사 금융기관의 대출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박금융공사 신설은 한·EU FTA와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에 발목을 잡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공사를 통한 선박금융 지원은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규정돼 유럽연합 등과의 통상 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어서 정부는 명칭 변경 등 보조금 시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정부는 8월 말까지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FTA 문제에 부딪히고, TF 회의도 2주째 열리지 않는 등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TF의 한 인사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초안이 나왔어야 하는데 변수가 생기면서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역진방지


한 번 개방하면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시쳇말로 하면 ‘낙장불입’ 조항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2006년 7월 스크린쿼터(의무상영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였는데 이후에는 스크린쿼터를 73일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 서비스·투자분야 중 부속서Ⅰ(현재 유보)에 역진방지 조항이 적용된다. 이 조항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게 돼 있는 톱니바퀴인 래칫(ratchet)이라고도 불린다. 서비스 무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만 톱니바퀴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보조금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재정적 기여가 있고 이로 인해 수혜자에게 혜택이 발생한 경우 보조금이 존재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보조금은 무역 왜곡 정도에 따라 금지보조금, 상계가능보조금, 허용보조금으로 나뉜다. 금지보조금은 원천적으로 지급이 금지되며, 상계가능보조금은 상대국에 부정적 효과를 주면 상대국은 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WTO에 제소하게 된다. 한·EU FTA는 이 협정의 보조금 정의를 따르고 있다.







이주영·김지환 기자 young78@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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