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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ㆍ박근혜, 투자자 소송제 등 이명박 정부와 동일 인식

ㆍ문재인, 골목상권 보호법 FTA와 충돌… 대책 없어

ㆍ안철수, 한·미 FTA 문제 발생 시 개정은 현실성 부족



대선 후보들 모두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정책에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제대로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리병원 규제, 중소기업·골목상권 보호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수단들이 FTA로 인해 제약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정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FTA 지지론자이다. 박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한·미 FTA가 날치기 처리될 당시 찬성 표를 던졌고, 지난 4월 총선에선 “한·미 FTA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선 “표준약관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박근혜 캠프의 통상정책은 전형적인 박정희식 수출지상주의에 가까워보인다”며 “통상은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폐기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독소조항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더 근본적으로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조건 FTA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비판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11일 발표한 정책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을 보면 <안철수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FTA 선순환지수’를 개발해 국내 경제와의 선순환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들어갔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 개정 협상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공약집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 등에서 문제 발생 시 한·미 FTA 협정문에 근거해 국제규범에 부합되게 ‘개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정태인 원장은 “FTA는 무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법·제도를 통한 간접효과들이 많은데 선순환지수라는 것을 통해 이런 부분까지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지향의 남희섭 변리사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활용해야 하는 정책수단이 한·미 FTA 등으로 인해 묶여 있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가 현실화된 이후에 개정협상을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참여정부의 가장 큰 패착 가운데 하나로 한·미 FTA 체결을 꼽으면서 “참여정부 당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투자자-국가소송제라는 독소조항을 반드시 재협상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 후보는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지난 2월 “이명박 정부가 추가협상을 통해서 양보하고 지금 발효시키려 하는 내용은 참여정부 때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가 다르다는 왜곡된 인식을 내비쳤던 것이다. 줄곧 한·미 FTA를 비판해온 전문가들은 이명박의 FTA와 노무현의 FTA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문 후보는 골목상권 보호 등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특별법은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하지만 이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시장 개방에 예외를 두는 등 개정 협상을 하겠다는 공약은 전혀 없어 통상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한국처럼 개방된 경제체제에선 제도 몇 가지를 고친다고 경제민주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태인 원장은 “국가 간의 경제관계를 FTA라는 틀로만 접근하다 보니 국제경제의 핵심적인 이슈들을 놓치고 있다”“FTA로 시야를 좁힌다고 해도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 수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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