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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표 및 의원들이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낸 이후 한·미 FTA가 4월 총선의 정책대결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미국 측의 공식 반응은 ‘쿨’했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국내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격’ 발언과 특히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언급이 나와 이제 한·미 FTA를 둘러싼 여야 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사실 서한 내용으로만 보자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구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주장해오던 당론인 이른바 ‘10+2’에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야당의 대표가 던진 ‘폐기’라는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한·미 FTA와 관련해 ‘폐기’라는 말을 가장 먼저 던진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지금 다시 읽어 봐도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 미국이 틀림없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쓴 바 있다. “FTA를 살리기 위해서 재협상이 불가피하더라도 협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협상 테이블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정은 폐기가 되겠지요. 협정이 폐기되더라도 제대로 된 협상의 테이블에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FTA를 ‘살리기 위해’ 미국이 요구할 재협상에 제대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 그가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직접 목격했더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빈조약법에 따르면 모든 협정은 종료, 폐기, 무효화, 효력정지 등이 가능하다. 이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에 속한다. 한·미 FTA의 경우엔 협정문 24.5조 2항에 협정의 ‘종료’(termination)가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 누구든 이 조항에 의거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 한·유럽연합(EU) FTA의 경우엔 협정의 종료 대신 ‘폐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내용은 차이가 없다. 이런 협정의 종료, 폐기, 탈퇴는 효력은 같지만 표현을 달리한 채, 우리가 체결한 모든 FTA에 다 들어가 있다. 종료, 폐기, 탈퇴하지 않는 한 FTA의 효력은 ‘무기한’이다. 상상해 보자. 한·미 FTA와 같은 불평등·불공정 조약이 영원히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를.

한·미 FTA 폐기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국회 동의는 불필요하다. 2001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일방 폐기한 데서 보듯이 그것은 체약 당사국 어느 한쪽의 일방행위로 성립된다. 나는 야권 대표들의 서한 전달을 이 ‘폐기 프로세스’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하지만 폐기가 체약 당사국의 협정상, 국제법상 정당한 권리이나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무 자르듯 협정을 종료시키기에는 현실적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것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긴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나는 그 중 가장 큰 장애로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우리 안의 공미(恐美)주의를 들고 싶다. 한·미 FTA 폐기를 말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올리는 것이 미국의 보복이다. 무역보복, 신용등급 강등, 북한 문제 등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 하나하나를 분석해서 그런 보복이 가능하지 않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 공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만큼 미국은 우리 사회 내에,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내면화된 거대한 살아있는 권력인 셈이다.

그래서 한·미 FTA의 폐기는 우리가 선택할 최후 이성 같은 것이다. 폐기에 정해진 절차나 서식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 자체는 그저 대통령의 팩스 한 장으로 족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한두 번의 서한 전달로 형성되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의회 다수의 안정적이고 확고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월 총선에서의 승리가 필수조건이다. 짧을수록 좋겠지만, 너무나 길 수도 있을 바로 그런 과정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Posted by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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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oog.com BlogIcon sticky 2012.02.21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글은 참 황당하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직접 목격했더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라는 가정하며, "이를 위해서는 4월 총선에서의 승리가 필수조건"이라는 둥. 승리라는 것은 누구의 승리인가요? "착한 FTA"를 추진했던 이들의 승리?